
사람들은 ‘좋은 것’은 많이 섞을수록 더 좋다고 믿는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오일이라면 여러 종류를 함께 먹을수록
효과도 커질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공복에
MCT 오일, 코코넛 오일, 올리브오일, 생들기름을
한 컵에 섞어 마시거나,
한 끼 식사에 여러 오일을 동시에 곁들인다.
문제는 몸의 반응이 기대와 다르다는 데 있다.
이런 식습관을 이어가다 보면
묘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는 맑지 않고,
기운이 도는 듯하다가 금세 꺼진다.
기분 탓일까.
아니면
몸 안에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일이
같은 시간에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람들이 기름을 좋아하게 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MCT 오일은 공복에 먹으면 힘이 빨리 돈다는 인식으로 퍼졌다.
코코넛 오일은 배고픔이 덜하고
당이 덜 흔들린다는 이미지가 붙었다.
올리브오일과 생들기름은 ‘안심되는 기름’으로 자리 잡았다.
올리브오일은 그래도 괜찮은 기름이라는 신뢰를 얻었고,
생들기름은 피부가 덜 땅기고
몸이 덜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는 경험담으로 퍼졌다.
요즘에는
들기름 하면 자연스럽게 오메가3가 떠오른다.
이런 인식이 겹치면
생각은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흐른다.
“이렇게 좋은 기름을 한 번에 먹으면 더 좋지 않을까.”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몸은 오일을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여러 종류의 오일이 한꺼번에 몸 안으로 들어오면
몸이 먼저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지금 뭘 먼저 처리해야 하지?”
MCT 오일은 대부분 간으로 바로 들어간다.
그래서 몸은 이를 지금 바로 써야 할 연료로 인식한다.
간은 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장 에너지를 꺼내 쓴다.
이는
MCT가 연료로만 쓰인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몸은 이 지방을
연료로 쓰는 쪽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둔다.
코코넛 오일은 간과 쓸개를 동시에 쓰게 만든다.
일부는 MCT처럼 간으로 바로 들어가고,
다른 일부는 쓸개에서 담즙을 불러
일반 지방처럼 천천히 처리된다.
코코넛 오일 하나만으로도
간과 쓸개가 동시에 바빠진다.
올리브오일과 생들기름은 전혀 다른 경로를 탄다.
이 기름들은 간으로 바로 가지 않는다.
쓸개에서 담즙을 쓰고,
림프계를 거쳐
천천히 전신으로 퍼진다.
당장 쓰는 연료라기보다는
몸의 바탕을 유지하는 쪽에 가깝다.
처리 구조를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MCT 오일 → 간
코코넛 오일 → 간 + 쓸개
올리브오일 → 쓸개 + 림프계
생들기름 → 쓸개 + 림프계
여러 오일을 한 번에 먹는다는 건
이 모든 기관을 동시에 호출하는 일이다.

같은 시간에
간을 돌리고,
쓸개를 수축시키고,
림프계를 가동시킨다.
인체는 자동차처럼 설계되지 않았다.
자동차 엔진은 연료 공급, 냉각, 윤활, 배기가
동시에 최대치로 작동한다.
출력을 올리면 모든 부품이 함께 반응한다.
하지만 인체는 다르다.
인체는 우선순위와 시간차를 전제로 작동한다.
여러 기관이 동시에 호출되면
출력을 올리는 대신
각 기능의 강도를 낮춘다.
이는 결함이 아니라
장기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 설계다.
여러 오일을 동시에 먹으면
공통 자원을 놓고 경쟁이 시작된다.
간, 쓸개, 림프계의 작동에는
산소, 에너지 분자, 효소, 혈류가 필요하다.
이 자원들은
무한하지 않다.
그래서 동시에 가동되면
속도와 강도는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고장은 나지 않지만 체감은 흐릿해진다.
기운이 도는 것 같다가 금세 꺼지고,
탈은 아닌데 개운하지 않다.
이는 독성이 아니라
과부하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효율을 낮춘 결과다.
문제는 기름의 종류가 아니다.
양도 아니다.
같은 시간에
너무 많은 역할을 맡긴 것이 문제다.
여러 오일을 한꺼번에 먹지 말고
나눠서 먹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하게 하면
몸은 훨씬 수월하게 반응한다.
MCT 오일은 공복이나 활동 전, 단독으로.
코코넛 오일은 식사와 함께, 과하지 않게.
올리브오일·생들기름은 하루 한 끼에 나눠서.
지금 내가 한 번에 삼킨 이 기름들은
몸 안에서
누구를 동시에 바쁘게 만들고 있는가.
이 질문을 갖는 순간,
식습관은 정보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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