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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세척기, 농약 99% 제거? 광고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결정적 사실

건강.팩트체크(오해 VS 진실)

by 기록하는 호모사피엔스 2026. 1. 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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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세척기 내부에서 미세 기포로 과일을 세척하는 모습
과일을 물에 담가 초음파로 세척하는 장면이다. 초음파 세척기는 물속에서 미세 기포를 발생시켜 표면에 느슨하게 붙은 오염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농약의 물리·화학적 성질에 따라 제거 한계가 존재한다.초

 


초음파 세척기로 과일을 씻을 때마다

사용자들에겐 늘 비슷한 의문이 따라온다.


“이 정도로 씻어도 정말 괜찮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세척 방법을 더 복잡하게 고민하기 전에,

농약이 애초에 어떤 물질로 설계됐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이 출발점이 분명해지면,

초음파 세척기 광고와 실제 효과 사이의 간극도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농약은 처음부터 물에 잘 씻기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농약은 우연히 물에 잘 안 녹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농약, 특히 살충제는 비에 씻겨 나가지 않도록 설계된 물질이다.

비가 한두 번 왔다고 효과가 사라진다면 농약으로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약은 물에는 잘 녹지 않고, 잎과 과일 표면의 왁스층에 잘 달라붙도록 만들어진다.

이 특성 덕분에 과수원에서는 비, 이슬, 관수가 반복돼도 농약의 효과가 유지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집에서 하는 물 세척의 구조적 한계가 시작된다.

물을 오래 흘려보내도 제거율이 어느 선에서 멈추는 이유는,

씻는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물질의 태생 때문이다.

 

소수성이라는 성질이 만든 한계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소수성이다.
소수성은 말 그대로 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뜻한다.

물과 잘 섞이지 않고, 오히려 물을 밀어내는 성향이다.

기름이 물 위에 뜨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많은 농약은 의도적으로 이 소수성 성질을 갖는다.

물에 잘 녹아버리면 비가 올 때마다 씻겨 나가기 때문이다.

대신 소수성 농약은 과일 껍질의 왁스층과 친화력이 높아, 표면에 단단히 붙는다.

이 때문에 물로만 씻었을 때 농약 제거율은

초반에 일정 수준까지 올라간 뒤 더 이상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초음파 세척기는 무엇을 하는 기계인가

 

초음파 세척기는 물속에서 미세 기포를 만들고 터뜨려,

표면에 붙어 있는 오염물을 물리적으로 떼어내는 장치다.

중요한 점은 초음파가 농약을 분해하거나 중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미 표면에 느슨하게 붙어 있는 물질을 떨어뜨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소수성으로 표면과 결합한 농약에는 한계가 따른다.

 

논문은 어떤 조건에서 실험했는가

 

초음파 세척기의 효과를 다룬 한 연구에서는

사과를 대상으로 유기인계 농약 3종을 사용했다.

여기서 핵심은 농약을 살포가 아니라 ‘침지’했다는 점이다.

침지는 농약 용액에 사과를 완전히 담가 접촉 조건을 균일하게 만드는 실험실 방식이다.

과학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실제 과수원 환경과는 다르다.

 

세척 용매는 물, 0.2% 합성세제, 30% 에탄올이었고,

초음파 처리 시간을 달리해 잔류농약 제거율을 비교했다.

 

물만 사용한 초음파 세척의 실제 결과

 

물을 용매로 사용했을 때 제거율은 초기 30초 구간에서 약 32~50%였다.

이후 시간을 늘려도 제거율은 증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초반에 떨어질 수 있는 표면 잔류분만 제거된 뒤,

소수성으로 껍질과 결합한 농약은 더 이상 물로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돌릴수록 더 깨끗해진다”는 광고 문구와는 다른 결과다.

 

에탄올에서만 효과가 크게 나온 이유

 

합성세제를 사용해도 제거율은 물보다 약간 나아지는 수준이었다.

반면 30% 에탄올을 사용했을 때는 제거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 결과는 초음파의 마법이 아니라 용매의 화학적 성질로 설명된다.

 

에탄올은 물과 완전히 섞이면서도,

소수성 물질을 어느 정도 녹일 수 있는 중간 성격의 용매다.

그래서 물만 사용할 때보다 소수성 농약을 더 잘 끌어낼 수 있다.

다만 30% 에탄올은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쓰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광고 문구와 논문 결과의 차이

 

광고는 “농약 99% 제거”를 말하지만,

논문에서 물만 사용한 조건의 제거율은 30~50% 수준이었다.

광고는 시간을 늘리면 효과가 커진다고 말하지만,

논문에서는 일정 시간 이후 효과가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핵심 요인도 다르다. 광고는 초음파 기술을 강조하지만,

논문 결과를 좌우한 것은 농약의 소수성과 세척 용매였다.

이 차이는 광고가 거짓이라서가 아니라,

말하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광고는 가능성의 상한선을 말하고, 논문은 조건부 결과를 보여준다.

 

그래서 초음파 세척기는 쓸모없는가

 

그렇지 않다.

초음파 세척기는 물 세척만 하는 것보다 분명한 보조 효과가 있다.

다만 “이것 하나면 끝”이라는 기대가 문제다.

현실적인 접근은 흐르는 물 세척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하면 보조 수단을 더하며,

조건이 불안하면 껍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초음파 세척기 광고에서 물의 전기분해로 하이드록시 라디칼이 생성돼 농약과 세균을 제거한다고 설명하는 문구 화면
※ 본 이미지는 소비자 정보 제공을 위해 광고 문구를 인용한 것입니다.

 

팩트체크 | “화학 성분 없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광고에서 말하는 “화학 성분 없이”라는 표현은,
세제나 소독제와 같은 외부 화학물질을 추가로 사용하지 않았다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
즉, 메탈블레이드 기술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하이드록시 라디칼(OH·)의 반응성을 세척에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과학적으로 보면 하이드록시 라디칼은
물에서 유래했더라도 반응성이 매우 강한 화학종에 해당한다.
따라서 “화학 성분이 전혀 없다”기보다는,
세제를 쓰지 않고 물의 전기화학적 반응으로 생성된 활성종을 활용한 방식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또한 “농약 99.99% 제거”라는 수치는
농약의 종류, 처리 조건, 측정 방법이 함께 제시되지 않는 한
모든 농약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결론

 

물로만 씻었을 때 농약 제거에 한계가 있는 이유는 사용자가 덜 씻어서가 아니다.
농약이 애초에 비에 씻겨 나가지 않도록,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물질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초음파 세척기는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

한계를 가진 관리 도구로 보이기 시작한다.
광고보다 먼저 이 구조를 아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안전이다.

 

꼭 기억합시다.

광고는 말그대로 광고일 뿐 현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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