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회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탄수화물에 깊게 잠겨 있다. 특히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카페의 디저트와 음료를 보더라도 점점 더 달달해지고, 거리의 간식과 식사까지 정제 탄수화물 중심으로 흐르는 경향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탄수화물 의존을 강화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대사 건강을 심각하게 뒤흔들고 있다. 앞글에서 다룬 지방의 억울한 누명과 함께, 이번 글에서는 이 구조의 본질을 차분하게 파헤쳐본다.

앞서 1편에서 이미 살펴본 것처럼 지방은 수십 년 동안 과도한 오해와 왜곡의 희생양이 되어왔다. 지방은 모든 비만의 원인이고 심장질환의 주범이며 건강을 해치는 요소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빠르게 확산돼갔다. 하지만 실제 연구들은 지방이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으며 인슐린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지방을 줄이면 건강해질 것이라 믿었지만, 현실에서 대사질환을 만들고 악화시킨 것은 지방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지나친 탄수화물 섭취에 있다는 사실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대량 분비된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과정에서 남는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는데, 이것이 체중 증가와 피로 누적의 핵심 원인이다. 저지방 식단은 자연스럽게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이어지고, 탄수화물 중독은 더욱 강해진다. 결국 식욕의 폭증, 식후 졸음, 복부비만, 지방간 등 현대인의 대사질환은 대부분 탄수화물 과다 → 혈당 폭등 → 인슐린 과다 → 지방 저장이라는 일관된 흐름에서 나온다. 지방은 억울했으며, 탄수화물 중독이야말로 대사 문제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다. 이 대사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무엇을 줄여야 하는지 방향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탄수화물 중독은 단순히 배고파서 음식을 찾는 현상이 아니다. 핵심은 포도당이 뇌의 보상 중추를 강하게 자극한다는 점이다. 즉 단 음식을 먹는 순간 혈당은 체내에서 빠르게 상승하고, 도파민 분비가 증가해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빠른 보상은 다시 탄수화물을 찾게 만들고, 이런 순환적 반복이 결국 탄수화물 중독을 강화한다. 이에 비해 지방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지방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탄수화물은 빠른 혈당 변화 → 인슐린 분비 → 도파민 강화라는 매우 강력한 패턴을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빵, 떡, 면, 과자를 끊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흥미로운 것은 여러 국내 조사에서 청소년·청년층의 단 음료와 정제 탄수화물 섭취량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식습관은 비만 위험 증가, 낮은 HDL 콜레스테롤, 높은 중성지방 수치와 같은 대사적 변화와 관련성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는 탄수화물 중독이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뇌가 포도당 중심의 보상 패턴을 학습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반응은 강화되고, 결국 포도당 의존적 식사가 일상의 우선순위가 되어버린다.
탄수화물 중독이 위험한 이유는 인슐린이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이 즉각 상승하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된다. 문제는 이 패턴이 하루에 여러 번, 수년 동안 반복될 때 발생한다. 인슐린이 자주 분비될수록 남는 에너지는 지방으로 더 빠르게 저장되고, 지방 연소는 거의 멈춘다. 그래서 탄수화물 중독이 심한 사람일수록 식사량을 줄여도 살이 잘 빠지지 않으며 식후 졸음과 무기력이 반복된다. 반복되는 고인슐린 상태는 결국 인슐린 저항성을 만들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커질수록 같은 음식을 먹어도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해지고, 이 과정에서 혈당은 더 불안정해지고 대사질환은 더 악화된다. 이 흐름은 비만, 지방간,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로 이어지는 명확한 연결고리를 형성한다. 흥미로운 점은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이 과정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슐린을 높이는 것은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 중독 → 혈당 상승의 반복이다.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 혈당은 안정되고, 인슐린 분비가 줄며, 몸은 다시 지방을 연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변화가 바로 대사 건강 회복의 출발점이다.
우리 몸은 원래 지방을 주요 연료로 사용하는 데 매우 능숙한 구조였다. 그러나 현대 식단이 탄수화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사 시스템은 균형을 잃었다. 탄수화물 중독은 혈당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시키며, 이 과정이 현대인의 만성 피로와 체중 증가를 만들었다. 탄수화물 의존에서 벗어나는 순간 혈당 변동은 줄어들고, 식욕은 안정되며, 지방 연소는 다시 활성화된다. 체중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서 몸 전체의 기능이 정상 상태를 되찾는 변화가 일어난다. 이 글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줄여야 하는 것은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 중독을 만드는 식습관이다. 앞글에서 밝혔듯 지방은 억울했지만, 탄수화물 중독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대인의 대사적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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