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블로그 글을 조금만 읽다 보면
익숙한 전개를 반복해서 만나게 됩니다.
먼저 문제를 제기합니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건강에 좋지 않다.”
그다음 숫자가 등장합니다.
GI, 인슐린, 혈당 스파이크.
그리고 마지막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이 음식이 혈당에 좋다.”
“혈당을안정시키려면 ○○를 먹어야 한다.”
읽고 나면 그럴듯합니다.
틀린 말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멈춰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설명은 정말 충분했을까.
혈당 관련 글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흐름은 대략 이렇습니다.
이 구조 자체가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전제가 빠진다는 점입니다.
GI(혈당지수)는
음식이 얼마나 빠르게 혈당을 올리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그래서 건강 블로그에는
늘 비슷한 음식들이 등장합니다.
보리,
귀리,
현미,
통밀빵,
콩류
그리고 이런 설명이 이어집니다.
“이 음식들은 GI(혈당지수)가 낮아
혈당을 천천히 올립니다.”
이 말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조건부로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리밥이나 현미밥을 생각해봅시다.
이 음식은 누구에게나 같은 결과를 만들지 않습니다.
이 세 경우는
같은 음식을 먹어도
혈당 반응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또 여기에
생활 조건이 더해집니다.
같은 보리밥 한 공기라도
혈당 곡선은 전혀 다르게 그려집니다.
여기에 나이까지 더해지면
변수는 더 늘어납니다.
인슐린 분비 능력과 근육의 포도당 흡수 능력은
같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글은 이 모든 조건을 생략한 채
이렇게 정리합니다.
“보리는 혈당지수가 낮으니
혈당 관리에 좋다.”
조건이 빠진 정보는
설명이 아니라 결론을 압축한 문장일 뿐입니다.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글을 읽은 독자는
대개 이렇게 흘러갑니다.
블로그가 추천한 음식을 먹습니다.
“혈당에 좋다”고 했으니까
안심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혈당은 오릅니다.
그때 나오는 반응은 거의 같습니다.
“아니, ○○가 혈당에 좋다고 해서 먹었는데
왜 혈당이 오르지?”
이건 이론적인 가정이 아닙니다.
실제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장면입니다.
문제는 음식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 음식을
어떤 상태의 사람에게,
어떤 조건에서 먹으라는 말이었는지
아무 설명 없이 받아들였다는 점입니다.
당뇨가 경계선인지,
이미 초기 단계인지,
오래된 만성 상태인지.
평소 활동량이 거의 없는지,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는지.
50대인지,
70대인지.
이 조건들이 모두 지워진 상태에서
“혈당에 좋다”는 말만 남았고,
그 말이 처방처럼 소비된 것입니다.
건강 블로그에서
“혈당에 좋은 음식”이라는 표현은
거의 공식처럼 반복됩니다.
보리, 현미, 귀리, 견과류.
정제 탄수화물보다
혈당 반응이 완만한 경우가 많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 이렇게 풀어서 이해해야 합니다.
즉,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혈당에 좋다”는 말은
항상 이렇게 다시 읽어야 합니다.
“이 조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불리할 수 있다.”
이 문장이 빠지는 순간 정보는 조언이 아니라
오해의 출발점이 됩니다.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글일수록
행동 지침은 빠르게 등장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이걸 드세요.”
“이렇게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이 질문들이 먼저 나와야 합니다.
이 질문이 빠진 상태에서의 조언은
정보가 아니라 일반화된 처방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런 글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문장은 부분적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건강 문제에서 부분적으로 맞는 말은
조건이 달라지는 순간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혈당처럼질환 단계, 생활 습관, 나이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주제에서는 이 차이가 더 커집니다.
그래서 건강 정보를 읽을 때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보이면
그 글은 설명하려는 글입니다.
답이 보이지 않으면
그 글은 결론을 소비시키려는 글일 가능성이 큽니다.
혈당에 대한 정보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겁니다.
더 단순한 문장으로, 더 확신에 찬 어조로.
중요한 건 어떤 음식이 혈당에 좋으냐가 아닙니다.
그 말을 어떤 상태의 사람에게,
어떤 조건에서 하는 말인지
우리가 읽어낼 수 있느냐입니다.
이 기준이 생기면 혈당이든, 지방이든, 콜레스테롤이든
정보에 끌려가지 않게 됩니다.
정보는 참고하고, 판단은 스스로 하게 됩니다.
건강 블로그 글의 문제는
틀린 말을 해서가 아니라,
조건을 지운 채 결론만 남긴다는 데 있다.